독일 베를린에 위치한 박물관 섬(Museum Island)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중요한 문화유산지입니다. 이곳에는 페르가몬 박물관, 보데 박물관, 알테스 박물관, 노이에스 박물관, 알테 나셔널갤러리 등 5개의 박물관이 자리하고 있으며, 고대 메소포타미아, 이집트, 그리스, 로마의 유물들이 대거 소장되어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베를린 박물관 섬에서 만나볼 수 있는 대표적인 고대 유물 7점을 통해 인류 역사와 예술의 흔적을 살펴보겠습니다.
1. 이슈타르 문 (기원전 575년, 페르가몬 박물관)
‘이슈타르 문(Ishtar Gate)’은 고대 바빌론의 입구를 장식했던 거대한 성문입니다. 기원전 575년경 네부카드네자르 2세에 의해 건설되었으며, 현재 베를린의 페르가몬 박물관에 복원된 형태로 전시되어 있습니다.
푸른색 유약 벽돌로 장식된 이슈타르 문에는 사자, 용, 황소가 새겨져 있으며, 각각 바빌론 신화의 신들을 상징합니다. 사자는 사랑과 전쟁의 여신 이슈타르, 황소는 폭풍의 신 아다드, 용은 수호신 마르두크를 나타냅니다. 이 거대한 문은 원래 바빌론의 주요 입구였으며, 성벽을 따라 **행렬길(Processional Way)**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 행렬길 또한 박물관에 재현되어 있으며, 당대의 웅장한 건축미를 보여줍니다.
2. 넵투누스의 모자이크 (2세기, 알테스 박물관)
‘넵투누스의 모자이크(Mosaic of Neptune)’는 고대 로마 제국 시대에 제작된 대형 모자이크 작품으로, 알테스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넵투누스는 바다의 신으로, 그의 주변에는 바다의 생물들, 인어, 해마, 바다괴물들이 함께 묘사되어 있습니다. 이 작품은 로마 제국의 예술적 정교함과 해양 신화의 상징성을 결합시킨 걸작으로, 섬세한 모자이크 기법을 통해 인물들의 표정과 생동감을 극대화했습니다.
3. 네페르티티 흉상 (기원전 1345년, 노이에스 박물관)
‘네페르티티 흉상(Bust of Nefertiti)’은 고대 이집트 18왕조의 여왕이었던 네페르티티를 묘사한 작품으로, 기원전 1345년에 제작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이집트 예술가 투트모세(Tutmose)의 작업실에서 발견되었으며, 대칭적인 얼굴과 정교한 색채 표현이 특징입니다. 네페르티티의 아름다운 이목구비와 독특한 왕관은 그녀의 고귀한 신분과 권위를 상징하며, 그 완벽한 대칭미는 당시 이집트 예술의 정수를 보여줍니다. 현재 이 작품은 노이에스 박물관의 **이집트관**에서 가장 주목받는 유물 중 하나입니다.
4. 페르가몬 제단 (기원전 2세기, 페르가몬 박물관)
‘페르가몬 제단(Pergamon Altar)’은 기원전 2세기에 고대 그리스 도시 페르가몬에서 세워진 대형 제단입니다.
이 제단은 **올림포스 신들과 거인족의 전투 장면**을 묘사한 대형 프리즈로, 신화적 장면이 섬세하게 조각되어 있습니다. 거대한 계단을 오르면 신들과 거인족이 격렬하게 싸우는 장면이 펼쳐지며, 제우스와 아테나의 영웅적 모습이 돋보입니다. 페르가몬 제단은 헬레니즘 예술의 정수를 보여주는 대표적 작품으로, 그리스 신화 속 전투의 장면을 생동감 있게 표현한 점에서 예술사적 가치가 높습니다.
5. 밀레트 시장문 (2세기, 페르가몬 박물관)
‘밀레트 시장문(Market Gate of Miletus)’은 기원후 2세기에 건축된 대형 석조문으로, 터키 밀레트에서 발굴되었습니다.
이 문은 웅장한 아치와 코린트식 기둥들로 장식되어 있으며, 당시 로마 제국의 건축 양식을 잘 보여줍니다. 문에는 정교한 부조와 화려한 장식이 새겨져 있으며, 이를 통해 당시의 번영한 상업 활동과 로마의 건축미를 엿볼 수 있습니다.
6. 베를린 그린 헤드 (기원전 3세기, 알테스 박물관)
‘베를린 그린 헤드(Berlin Green Head)’는 기원전 3세기경에 제작된 고대 이집트의 남성 초상 조각으로, 청록색 석재로 조각되었습니다.
이 조각은 사실적인 인물 묘사와 정교한 주름 표현이 돋보이며, 인물의 고요한 표정은 **영혼의 내면적 성찰**을 담고 있습니다. 그의 눈은 유리와 석영으로 제작되어 실제와 같은 시선 효과를 주며, 이는 고대 이집트의 **정밀한 조각 기법**을 잘 보여줍니다.
7. 하트셉수트 석상 (기원전 15세기, 노이에스 박물관)
‘하트셉수트 석상(Hatshepsut Statue)’은 기원전 15세기경 이집트의 여성 파라오 하트셉수트의 석상으로, 강렬한 인상과 남성적인 포즈가 특징입니다.
하트셉수트는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남성 파라오의 모습을 차용해 자신을 표현했으며, 이는 그녀의 강력한 통치력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해석됩니다. 이 석상은 **강렬한 눈빛과 두터운 입술**, 남성적 근육 표현이 두드러지며, 이는 그녀의 권력과 신성을 강조하는 장치로 사용되었습니다.
결론
베를린 박물관 섬은 고대 문명의 예술과 유물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문화적 보고입니다. 각 박물관에 전시된 유물들은 인류의 역사적 발자취와 예술적 성취를 생생하게 전달하며, 고대 바빌론에서 이집트, 그리스, 로마까지 다양한 문명의 예술적 유산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이곳에서 만나는 유물들은 고대인들의 삶, 신앙, 권력, 예술적 열정을 현대의 관람객들에게 강렬하게 전달하고 있습니다.